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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지환(경남도청홍보관리계장) 기자 / 입력 : 2006년 05월 12일
ⓒ 고성신문

대부분 군복무를 경험한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극한의 인내를 요구하는 유격훈련 시 훈련 막바지에 눈물, 콧물이 뒤섞여 ‘어머님 은혜’를 불렀던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 장면은 나 역시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사관 훈련 시절, 마지막 훈련 코스인 유격 훈련을 받던 때, 너무나 혹독한 훈련에 모두가 지쳐 쓰러지자, 서슬 퍼런 일등병 유격조교는 “어머님 은혜”라는 노래를 부르게 했다.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여기저기 흐느끼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곧이어 130명 훈련생 모두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미 노래는 서러움에 복받친 통곡으로 바뀌고, 조교가 목 놓아 소리 내어 울어도 좋다고 하자, 흙과 땀과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어머니’ 를 외치는 통에 온 유격 훈련장이 눈물바다가 되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어렵고 힘들고 서러울 때, 우리는 어머니를 부르고 눈물을 흘리면서 집단적 카타르시스를 통해 응어리를 풀어나간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나도 어느 듯 반백의 나이가 되었고, 결혼을 하여 부모가 되었지만 어머니에 대한 그 애틋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등 뒤에 업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눈을 맞추던 기억이 까마득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은 어머니와 눈 맞추는 시간이 없다.


 


바쁘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노인들의 가장 큰 질병은 외로움이라 했다. 아무리 피곤해도 부모님 곁에 앉아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말벗이 되어 드려야지, 하루 5분만이라도 어머니와 눈 맞추는 시간을 가져야지 다짐하면서도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모시고 살면서도 늘 마음뿐인 자식을 그래도 어머니는 예쁘다 하신다. 밥상에 앉아서 젓가락 한 번만 가도 내 앞으로 반찬 그릇을 옮겨 주시고, 아침 출근 시간에도 꼭 대문 열고 나오셔서 엘리베이터 탈 때까지 지켜보신다.


 


혹시 배라도 아프다 하면 콩깍지처럼 까칠한 손으로 쉰 고개 내다보는 아들 배를 어린아이 돌보듯 주물러 주시며 걱정하신다.


 


이제 팔순이 훌쩍 넘어버린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있는 저승꽃과 온갖 고생 때문에 왜소해진 듯한 어머니의 모습이 나를 가슴 저리게 한다.


 


명예나 돈, 물질적 풍요가 결코 행복의 조건이 아님을, 사랑이 가득한 마음에서만 행복이 솟아나는 것임을 마음에 새기며 어버이 살아생전에 한 번 더 찾아 뵙고, 맛있는 것 사 드리고, 오순도순 세상사는 이야기도 들려 드리며 잔잔한 행복을 가꾸어 보자.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음성만 들어도 힘이 되었던 어머니....


 


이제 그 어머니께서 우리의 음성만 들어도 힘이 나시고 기쁘다 하시니, 가정의 달 5월만이라도 부모님께 기쁨을 드리자. 카네이션 한 송이에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쇠고기 한 근이라도 사들고 부모님을 찾아보자.


 


나도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어머니 어깨와 팔 다리 주물러 드리며 눈 맞추기도 하고 말벗이 되어 드려야겠다.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길 다하여라.


떠나간 후에는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회치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이지환(경남도청홍보관리계장) 기자 / 입력 : 2006년 0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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