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기숙사 생활 인성 안전사고 학교폭력 학부모 우려
현재 기숙형중학교 설립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과연 어린 학생들을 기숙해가며 공부를 해야 하느냐 는 원론적 반대 입장에서부터 기숙형중학교의 운영 등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기존의 기숙형중학교에서 문제점들이 나오고 있다. 고성교육지원청의 홍보와 설명회 등으로 반대는 많이 줄었으나 과연 기숙형중학교가 최고의 선택인지 짚어보자.
# 현재 기숙형중학교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
전국 최초 기숙형중학교로 세워진 보은 속리산중학교가 개교한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상위층 학생들의 실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보은군민장학회는 지난 7일 보은군내 상위층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생선발고사를 실시했다. 이번 선발고사는 성적순으로 중학생 2, 3학년을 대상으로 학년당 10명씩을 뽑는 시험 결과 속리산중학교 학생은 한명도 선발되지 못했다. 속리산중학교(학생수 125명) 보다 학생 수가 훨씬 적은 회인중학교(학생수 33명)에서는 2명, 보덕중학교(학생수 79명)에서도 2명이 선발됐다. 보은중학교(학생수 392명)는 9명, 보은여중(학생수 357명)에서는 7명이 선발됐다. 이 결과를 두고 지역에서는 전국 최초 기숙형중학교라는 이름에 비해 학업결과는 별로여서 실망스럽다는 분위기다. 한편 울산의 기숙형 공립중학교에서 한 학생이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기숙사에서 잠을 깬 1학년 남학생은 누군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최근에는 바지까지 찢어놓은 사실을 발견했다. 이 학생의 학부모는 선생님에게 여러 차례 개선을 요구했으나 개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학교는 2년 전 개교 첫해, 전체 학생의 10%가 부적응을 이유로 전학을 갔고, 지난해에도 5%, 올해는 벌써 2명이 전학을 갔다.
# 우려하는 학부모
삼산 하일 상리 학교 중 유일하게 교장도 없는 삼산분교지만 학생 수는 세 학교 중에서 가장 많다. 이는 우수한 학교운영으로 학부모 선호도가 높아 고성읍에서도 입학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삼산분교는 6년전까지만 해도 26명의 학생이 다니는 폐교위기의 학교였지만 교육에 뜻을 같이한 교사들의 노력으로 학교가 바뀌기 시작했다. 소규모학교라 교과부로부터 시설지원은 전혀 받지 못하지만 우수한 학교운영으로 고성군으로부터 특별지원금을 받고 있다. 또 열정적인 교육에 꿈을 가진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지역민들은 이대로만 놔둬도 학교가 잘 운영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거점중학교 추진을 반기는 편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산면의 한 학부모는 “기숙형학교에 설립에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도 학교가 잘 운영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은데 굳이 학교를 없앨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반감을 표했다.
또 “기숙형중학교를 짓는데 몇 백억을 지원한다는데 이 돈의 이자만 가지고도 지금의 삼산분교를 잘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부모입장에서 아직 어려보이기만 하는 중학생 자녀들이 기숙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걱정스럽다”며 “선별되지 않은 모든 학생들이 함께 생활할 경우 맘에 안 드는 학생이나 못된 선배와 24시간 내내 생활해야 한다. 어린 학생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겪거나 고생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실과 정부의 강력한 시행의지를 보면 남보다 빨리하는 것이 예산을 많이 확보할 수 있어 좋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중학생 시기는 학생의 인성이 다듬어지는 예민한 단계로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이 병행되어야 바람직하다. 아이들이 학부모와 부딪치기도 하고 보듬어 안기도 해야 바른 인격이 형성되며 부모와 정도 생기는 것 아니냐”는 답변이 많았다. 또한 통제된 생활로 인한 자녀의 스트레스와 학교폭력이 심화될 것을 걱정하는 학부모도 많았다. 학생들은 대체로 기숙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을 보였다. 찬성하는 학부모들 중에서도 기숙형중학교 운영 시 우려되는 점으로 교내 안전사고와 학교폭력에 대해서 가정의 역할과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학교폭력 피해자녀는 더 큰 고통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을 꼽았다.
# 기숙형중학교의 학구완화 필요
학부모와 학생들이 기숙형중학교를 꺼리는 상황에서 기숙형중학교의 학구 유지는 거점중학교 육성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구 내에 산다는 이유로 기숙을 강제하는 것도, 다른 원거리학교로 통학하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숙형중학교라도 기숙생활과 통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교육청 차원의 방향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거점중학교가 생기는 지역은 학구를 유동적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숙형중학교 학구 내 학생에게 입학우선권을 주되 정원에 미치지 못하는 인원에 대해 인근학구에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입학할 수 있게 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하이면 학부모들은 “현재 하이초등학교는 100% 삼천포의 중학교로 진학한다. 더욱이 삼천포의 여러 학교들로 흩어져 진학해 아이들이 적응이 힘들다”며 “하이면의 아이들도 고성군의 학생이다. 기숙형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성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현재 계획된 학교규모 및 지역의 학생 수를 감안할 때 하이면 학생들까지 받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또 학구조정은 도교육청의 심의가 있어야 하며 조례 변경 등 법률적인 사안이 많다”며 “기숙형중학교 추진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고성군의 기숙형중학교 육성 추진이 군과 교육에 바람직한 모습으로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정경훈 교육장에게 듣는다
명품교육 가능 지역서 찬반투표 두 개면 찬성 시 추진 고성교육지원청 기숙형중학교의 필요성과 추진 계획 설명
지난 12일 고성교육지원청 3층 대회의실에서 기숙형중학교 설립 추진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고성교육지원청은 많이 들어오는 문의점에 대해 정경훈 교육장이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경훈 교육장의 기숙형 중학교의 필요성과 추진계획, 찬반투표, 위치선정 등의 의견과 생각을 정리했다.
# 기숙형중학교가 필요한 까닭은 무엇인가?
“청심국제중학교나 잘 아는 민족사관학교 등은 말 그대로 명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외국의 좋은 학교들도 많이 봐 왔다. 항상 느껴온 것이지만 그런 학교들을 보면서 농촌에서 자란 학생들도 그런 학교에서 공부할 수는 없는가 하는 물음이 있었다. 그러던 중 기숙형중학교가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현재 작은 학교도 알차게 교육하고 시설도 잘 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작은 학교는 운영이 어렵다. 초등학생 수는 줄고 있고 교사마저 줄어 예체능의 경우 순회교육을 해야 한다. 대학캠퍼스와 같은 시설에 적정수의 학생을 받아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미래에 국제적 창의적 인재로 양성할 수 있다.”
# 학부형이나 동문회 등에서 반대도 많았다는데?
“실제 지역에 가서 설명회를 가진 초창기에는 반대가 심했다. 교육장이 폐교를 목적으로 추진한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4~5년 뒤의 우리 지역의 교육환경과 이대로라면 폐교가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또한 이런 좋은 기회를 선점해 이뤄내지 못한다면 또 다른 기회를 잡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했다. 초반에 비해서 기숙형중학교 설립에 많은 공감과 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직도 회의적인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런 목소리를 잘 듣고 대화로 풀어 볼 것이다.”
# 기숙형중학교 설립의 찬반도 문제지만 위치 선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물론 대부분이 자기 지역에 학교가 들어서고 자기 학교나 면에 위치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세 학교는 3천여평 정도로 기숙형중학교는 1만에서 1만2천평 정도로 계획돼 현 학교에 증축을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위치 선정에는 고성교육지원청은 전혀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100~200여명의 위치선정위원회를 발족해 투표를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좋은 장소가 중요하지 어느 지역에 위치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또한 이 사업이 다른 시군들이 추진을 서두르고 있어 빠른 건립을 위해서는 사유지나 묘지 등이 있는 곳보다는 군유지가 많은 곳으로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속리산중학교의 경우 34차례의 회의를 거치고 학교와 회남·회북면이 빠지는 등 난항을 겪었는데 고성군은?
“사실 처음에는 속리산중학교의 경우를 듣고 고성군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사실 속리산중학교와 고성군은 차이가 있다. 속리산중학교는 보은군을 가운데 두고 학교와 해당 면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당연히 공감하고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삼산 하일 상리의 경우 모두 붙어 있고 같은 생활권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 찬반투표는 어떤 방식이 적합한가. 또 대상은?
“직접 그 지역을 찾아가 주민들이 투표하고 주민들이 보고 있는 그 자리에서 바로 개표하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대상은 현실적으로 모든 주민이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투표자의 수도 확대하면 끝이 없다. 직접적인 교육 대상인 학생의 학부모에게 맡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초등학교 4~6학년, 중학교 1학년 학생 학부모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 맞다고 본다.”
# 주민들의 찬성하지 않는다면?
“한개 면이 반대하는 경우는 다른 두개의 찬성하는 면으로 통합할 수 있다. 또 한개의 면만 찬성할 경우 동해면 등 다른 면의 의사를 물어 통합할 수 있다. 탈락한 면은 속리산중학교의 경우처럼 기숙형중학교가 설립되면 입학할 수 없다. 3곳의 면이 모두 반대한다면 이 사업은 포기한다.”
# 개교 시기나 입학기준은?
“2014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동의가 늦어지거나 부지매입문제가 걸리면 늦어질 것이다. 늦어져도 설립이 되면 다행인데 다른 시군이 발빠르게 추진하면 아예 이 사업을 못할 수도 있다. 입학기준의 경우, 교장 등이 실질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그 지역의 졸업한 초등학생이 될 것으로 본다.”
# 몇 년이 지나면 지원이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법제화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 3개 학교의 운영비가 28억으로 1개 학교로 통합할 경우 적어도 7~8명의 선생님과 직원이 줄어든다. 이 예산이 절감되면 당연히 통합된 학교에 지원 가능하다. 또한 거점중학교가 되면 좋은 프로그램만 개발하면 우선적으로 지원된다. 학생 수가 적정 인원이 되야 프로그램 개발도 가능하다.”
# 꼭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나? 많은 학부모들은 중학생이면 아직 어리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또래끼리 노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은 학부모가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지 않다. 집에서 키우면 학부모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묻고 싶다. 집에서 다니는 아이들은 학원이나 컴퓨터게임, TV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숙형중학교에서는 그 시간에 취미활동과 규칙적인 생활로 아이들을 경쟁력 있게 키울 수 있다. 기숙사 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아이가 있다면 집에서 다닐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 꼭 기숙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법은 없다.”
# 통폐합이 되면 기존 학교는 어떻게 되나?
“동문회 등에서 많이 궁금해 하는 것으로 안다.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팔거나 없애지 않는다. 무상임대 해 주민의 위한 공간, 복지회관 등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것은 교과부의 방침이기도 하다. 현재 폐교된 학교를 봐도 동문회를 통합, 운영해 잘 되고 있다. 동문회도 인원이 많아야 된다. 수가 적고 운영이 잘 안 되는 동문회는 후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