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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부끄럽습니다. 경험 많고 훌륭한 선생님도 많은데, 저희 같은 신규교사에게…”.
제31회 스승의 날을 맞아 지난 15일 상리초등학교에서 배은경(사진 왼쪽) 김효정 교사를 만났다. 두 교사는 지난 3월 1일자로 교사로서 첫 발령을 받았다. 신규 교사라서인지 풋풋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방과 후 수업에는 또 다른 모습이다. 김효정 교사는 당당하고 자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와 자세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아이들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수업에 참가한다. 게임을 접목한 수업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해 재미를 가미한다.
배 교사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어릴 적 선생님들 덕분인 것 같아요. 4학년 때 사물놀이를 배우는데 꽹과리가 잘 익혀지지 않았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제가 최고라고 자만하다 자존심이 상했는데 제 마음에 상처 나지 않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 것 같아 지금도 감사 드려요. 또 큰 도시로 전학해 외로웠던 시골소녀인 저를 까만 흑진주라 불러주시며 용기를 주신 선생님도 생각이 나요”라고 말한다.
김 교사는 영문과를 나와 회사를 다녔는데 왠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좋아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직업을 갖고 싶고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보람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과감히 이 길을 택했다고 한다.
시골 작은 학교에 발령 받아 섭섭하지 않았냐는 기자의 얄궂은 질문에도 두 교사는 주저함 없이 답한다.
배 교사는 “아이들은 도시 학생들과 다를 것이 없어요. 오히려 더 순수하고 한 반에 8~9명이니 더 잘 소통할 수 있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아요”라고 답했고 김 교사 또한 “진주와 서울에서 생활했지만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이며 분위기가 더 친숙하다”며 “오히려 교생실습 때보다 마음이 편하고 아이들도 귀엽게 느껴져요”라고 말한다.
선생님으로서 강단에 선 시간은 얼마되지 않는다. 하지만 벌써 교사 생활의 재밌고 감동적인 일화도 있다.
김효정 교사는 “아이들이 싸워 혼낸 적이 있는데 아이가 억울했던지 하루 종일 시무룩하더니 하교할 때 일기장에 오늘 일을 써 오겠다는 거예요. 왠지 소통하려는 아이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아 감동과 기쁨을 느낀 적이 있어요. 길게 답장을 하고 소통하는 즐거움과 선물을 받은 듯 기쁨을 느꼈죠”라고 말한다.
배은경 교사는 “여자애들의 경우 화가 나 말을 않을 때도 제가 여자 대 여자로 이야기해보자고 하면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는게 놀랍고 재밌어요”라고 말한다.
선생님으로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스승의 날에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김 교사는 부족한 것이 많은데 학부모님들이 챙겨주고 아이들 편지를 보면서 책임감을 느끼며 스승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날이 됐다고 한다.
배 교사는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교장 선생님이 문자 메시지로 좋은 선생님이 되라고 보내 주셨어요. 사실 스승의 날을 실감 못했는데 아이들을 사랑하고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겠다고 답장을 보내고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어요”라고 밝힌다.
이제 걸음마를 뗀 두 교사에게 교육관이나 교육 철학에 대해 묻자 손사레를 친다. 아직 그런 것을 언급할 만큼의 위치는 아니라고 겸손해한다. 그러나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는 확고하다.
김효정 교사는 “아이들은 자신의 세계가 아직 넓지 못해 어른을 잘 이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른인 내 자신이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아이에게 필요한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배은경 교사는 “아직까지는 아이들의 생각을 예측할 수 없어요. 순간순간 아이들의 행동에 놀랄 때도 있어요. 신규교사의 어려운 점이겠죠”라며 수줍게 웃는다.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작은 조력자가 되고 싶어요. 사랑하고 배려하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어요”라며 포부를 밝힌다.
풋풋한 신규 선생님들로만 생각했던 선입견은 날아갔다. 아이들의 눈을 맞추며 따뜻한 미소를 가진, 아이들과의 소통에 맛들인 젊은 선생님들이 있으니 학교는 밝고 아이들은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