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앵초 새우난 으아리 설난 매발톱 비비추 깽깽이
이름만 들어도 다양함과 아름다움에 매료
옹기와 잘 어울리는 야생화
봄처녀 같은 풋풋함 소박함 자랑
바람에 흔들리는 푸른 밀밭을 지나 봄내음 가득한 시골길을 달렸다.
봄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따뜻한 누군가를 만날 것 같은 느낌을 충만케 한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몰랐던 무엇인가를 만나는 일은 항상 우리를 기쁘게 한다.
그렇게 달려간 곳은 고성군 개천면 좌연리 529-5번지, 제낙율 주신옥 부부의 집에 도착했다. 앞은 너른 들판과 뒤로는 야트막한 산이 있는 정겨운 집이다. 그곳에서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를 만났다.
홍자색 꽃 색이 예쁜 앵초, 꽃잎이 오므라져 새우를 닮아 새우난, 때 없이 꽃을 피워 이름을 받지 못해 슬픈 소리가 이름이 된 으아리가 시선을 잡아 끈다. 또 우아한 연분홍 설난, 아래로 핀 꽃에서 위로 뻗은 긴 꽃뿔이 매의 발톱을 닮았다 해서 매발톱, 비비추 등 화려하진 않지만 봄처녀 같은 풋풋함과 소박함을 자랑한다.
야생화는 옹기와 잘 어울린다는 주인의 탁월한 안목에 옹기분에 심긴 야생화는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부부가 정성스레 끓여 내온 커피는, 정겨운 농촌 냄새와 만발한 야생화의 향내에 향기를 잃었다.
제낙율 주신옥 부부는 창원에서 조명업을 하고 있으며 7~8년 전 우연히 접한 야생화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 다양함과 아름다움에 매료돼 지금껏 길러오고 있다. 현재 380여종의 야생화가 집안 곳곳에 자리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추운 겨울에 땅 속에서 꿋꿋이 버텨 봄이 되어 흙을 뚫고 나오는 것이 신기해요. 또 야생화는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히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예요. 이렇게 예쁜 꽃을 사시사철 볼 수 있다니 고마울 따름이지요.”
부부는 사람들이 무늬종(변이종)을 선호해 고가로 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농원들이 돈을 쫓아 야생화를 개량해 전통적인 토종의 소박함과 순수함을 퇴색하고 있다. 부부는 토종 야생화가 더 예쁘고 4천여종이 넘는 독특함이 훨씬 가치가 있다고 역설한다. 또 많은 야생화가 무분별한 채취로 사라져 가는 것도 슬픈 일이라고 말한다.
“천연기념물인 깽깽이는 함부로 채취를 하면 안돼요. 야산에 가보면 번식은 잘 되는데 함부로 채취해 관리가 되지 않는 것이 문제지요.”
부부에게는 꿈이 있다. 집 뒤 나지막한 산에 산책길을 내는 것이다. 올해 3천여그루의 유실수와 조경수를 심고 비탈은 산약초와 황정 등 넝쿨식물을 식재할 계획이다.
부부는 “벌써 개천골 청곡원이란 예쁜 이름도 잠정적으로 정했다”며 수줍게 웃는다.
제낙율 주신옥 부부는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 강소농교육, e비즈니스뿐만 아니라 군약초아카데미, 경상대학교에서 그린투어과정을 수료했다. 또 진주 소재 경남농촌기술원에서 파종 및 산목시기 등 기술적 교육을 받고 있다.
“야생화는 같은 종이라도 생김새나 성질이 다 달라요. 끊임 없이 배우고
알아나가야 해요. 분 작품도 모양새를 만들고 가지치기 등 배울 것이 많아요.”
부모님이 기르던 식물을 받아 와 꽤 죽여 본 기자에게도 좋은 충고를 해 준다.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잘 번식해요. 상대방의 성격이나 기분을 잘 알아야 그와 좋은 관계가 유지되듯 식물도 잘 알고 부지런하고 정성을 다해 관리해야 하지요.”
취재를 마치고 일어서려니 부부는 작은 야생화를 기자에게 선물한다. 기자는 한사코 거절해 보지만 도리가 없다.
“다음 주면 야생화들이 더욱 흐드러지게 필거예요. 우리 집은 항상 개방돼 있으니 많이들 오셔서 봄과 야생화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야생화에 더 많은 관심과 사랑도요”
돌아오는 길에 야생화가 옆자리에서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차 안에는 결코 질리지 않는 은은한 향내가 흐른다. 올 봄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야생화를 만나고 오는 기쁨에 한참을 설렜다. 마치 첫사랑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