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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대학입시가 끝나면 각 고등학교 나름대로 서울 소재 대학합격생을 공개하고 마치 서울소재 대학에 많이 입학시킨 학교가 유명학교인 것처럼 홍보를 한다. 지 방에 살면서 지방대학 진학을 등한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해가 갈수록 더 심해 너도 나도 재수를 해서라도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을 하고자 한다. 이미 지난 이야기지만 70년대에는 재수생이라고 하면 사회문제아로 낙인 찍혀 모든 사람들이 경계의 눈초리로 취급한 적이 있었다. 사회 주시 속에서 대학진학에 실패해 이마에 재수생이라는 낙인만 찍히면 실력이 좋았거나 나빴거나 변명의 여지가 없이 무조건 사회에서 냉대와 질시 받는 문제아로 취급되어 서럽게 공부를 하였고 부모까지도 동네를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는 시대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느 누구도 재수생이 뭘 어쩐다는 등 문제시되는 경우는 없고 점수가 좋지 않으면 당연히 “몇 해 더 공부를 해 원하는 대학에 가려고 하는가 보다” 극히 사소한 개인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예사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 세상으로 변했다.
일반적으로는 고교 졸업 후에는 대학 진학을 해야 정상적인 길인데 비정상적인 일이 해마다 되풀이되다 보니 재수가 당연시되는 세상이 됐다. 올해도 예상대로 정상적인 학교수업을 충실히 받아온 재학생보다 수능에서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높은 점수가 나왔고 서울 유명대학 합격자 가운데 재수생이 더 많았다는 보도와 함께 해가 갈수록 재수생의 수는 더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왜 나타나는가. 이 나라 사회구조와 교육정책의 잘못이 어우러져 빚어지고 있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사회구조상 어느 학교를 졸업했느냐에 따라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 믿기 싫지만 현실이다. 아직까지 고졸자보다는 그저 그런 대학출신이라도 취업을 하든 개인사업을 하든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많고, 명문대 출신이라면 더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외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세칭 일류대학 진학이 탄탄한 장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학부모나 학생들의 의식 밑바닥에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학부모들은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다른 교육보다도 입시와 관련된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길 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학교는 정해진 수업시간에만 그치고 있다. 기껏해야 수업이 끝난 후 자율, 보충학습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단순히 학교에서 공부할 시간을 더 주고 있는 정도다. 또 자율학습도 일부 학생들에게만 도움이 될 뿐 주위가 산만한 학생에겐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이다. 이러니 학생들은 과외를 하거나 학원에 가고, 재수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 나은 대학을 가기 위해 경제적인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재수의 길을 택하는 학생들을 볼 때 개인적인 피해도 피해이지만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일부 학부모들의 맹목적인 학벌주의와 이로 인한 효과도 없는 사교육 맹신주의에 빠져 학생들을 고통스러운 입시 지옥에 밀어 넣고 있는 점도 짚어보아야 한다.
공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학생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 받게 할 뿐 아니라 자신들도 사교육비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자녀들을 객지에서 늦은 밤까지 길거리로 내몰아 놓고 가정에서 해야 할 인성교육의 몫을 팽개쳤는지도 모른다. 오래 두고 보아온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학교에서의 정상적인 교육과 가정에서 자상한 훈육만이 자녀들의 장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대학에 가려면 어느 정도의 경쟁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보다 편안하게, 학부모들이 덜 고통스럽게, 그리고 공교육이 더욱 활성화되게, 고등학교와 대학당국이 대국적인 관점에서 성숙된 입시 문화를 만들어 가야만 재수생문제도 저절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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