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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농사와 농민운동으로 단단해진 촌부들의 손길이 더 바빠졌다. 고성군내 여성농민들이 합심해 시작한 ‘언니네 텃밭 제철꾸러미 사업’ 때문이다. “언니네 텃밭 사업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며 생태순환 농사를 짓는 여성농민생산 공동체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통해 토종씨앗을 지키고, 제철농산물과 전통적 가공식품을 교류하는 사업입니다.” 김덕윤 여성농민회장을 생산공동체 대표로 하고, 정미옥 류명화 최순자씨 등 의식있는 젊은 여성농민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소비자회원이 낸 10만원의 회비를 지원받아 친환경 토종 제철 농산물과 반찬, 두부, 계란을 소비자회원에게 보내준다.
7일, 첫꾸러미가 발송됐다. 텃밭공동체 회원들은 가까이는 읍에서부터 멀리는 서울까지, 전국으로 배송된다는 제철꾸러미에 밭에서 막 캐온 도라지, 물만 주고 길러낸 콩나물, 직접 기르고 담근 맛깔난 마늘장아찌, 막 가마솥으로 만들어낸 두부에 검은 흙이 그대로 묻은 대파, 시금치까지 푸지게 담았다. 총 아홉 종류. 배송료마저도 무료인데, 아홉가지 제철음식들이 그득히 담기고, 거기다 첫꾸러미 서비스로 두부를 만들고 남은 콩비지와 김덕윤 회장이 150가지가 넘는 산야초로 직접 담근 효소까지 한 가족이 일주일을 푸짐하게 먹고도 남을 양이다. 사업이름처럼 그야말로 언니네 텃밭을 몽땅 옮겨놓은 듯 고성군내 각지에서 나는 것이 그득하다.
“우린 평생을 농사만 지은 사람들입니다. 시골인심을 이럴 때 보여줘야겠지요. 첫꾸러미니까 정량을 채워 보내면 야박하지 않겠어요? 보기에는 마트나 백화점 식품매장의 것들처럼 깔끔하고 고급스럽지 않겠지만, 맛과 영양 그리고 정성만큼은 천하제일의 상품들로 담았습니다.” 일주일 내내 모은 계란의 양이 10구짜리 틀을 채우기에 부족하다. 온동네를 수소문해, 방사한 닭이 낳은 유정란들을 모아 10개가 채 못되는 계란을 넣어보내며 그녀들은, 다음번에는 몇 개 더 넣어야겠다 한다. 너무 많이 담아 뚜껑을 닫을 수 없을 정도인 콩나물을 덜어내려다 첫 배송인데, 라며 그대로 둔다. 넉넉한 시골인심이 그대로 묻어난다. 월 회비가 10만원이니, 배송료를 빼면 한 번에 2만원꼴인데도 마트에서 장본 알량한 장바구니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소비자 회원들은 거리가 가깝거나 가족, 친지 등 정서적으로 가까운 생산공동체와 연결됩니다. 그러니 다들 알음알음이에요. 다들 아는 면면인데 대강 넣고, 정량 맞춰 야박하게 넣을 수 있나요. 언니네 텃밭 사업 자체가 신선한 토종 제철 농산물을 도시소비자와 직거래로 나누는 사업이니 언니 같고 엄마 같은 마음으로 담게 되네요.” 언니네 텃밭 사업을 위해 그녀들은 고성군도 숱하게 드나들었고, 몇 달간을 상품개발에 매달리기도 했다. 그 덕분에 결국 정부지원과 도의 지원, 군의 지원까지 받아낼 수 있었다. “언니네 텃밭 사업은 단순한 농산물의 직거래가 아닌 도시민과 여성농민들이 합심해 토종종자를 지켜내는 사업입니다. 먹을거리의 안전을 확보하고 다음세대의 건강을 보장하는 사업이지요. 우리 땅에서 나는 먹을거리에 대한 자부심, 여성농민들의 언니네 텃밭 제철 꾸러미로 지키겠습니다.”
“토종씨앗을 지키는 것은 우리 농민의 자존심입니다”
언니네 텃밭 김덕윤 고성여성농민텃밭공동체 대표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언니네 텃밭, 먹을거리를 통한 토종종자의 지킴이입니다.” 고성서는 올해 처음 시작된 언니네 텃밭 사업이지만, 나주나 안동, 상주에서는 진즉부터 시작된 사업이다. 꾸러미를 풀어 정리하는 것만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릴 제철 꾸러미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공동체다. 단지 돈이 되는 농사가 아니라 조금 못생기고 투박하고, 벌레가 살고 있는 채소들일지라도 예로부터 이 땅에서 농사를 짓던 토종종자를 지킨다는 자존심이 언니네 텃밭 사업인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농사를 짓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사업으로 보면 됩니다. 여성농민이 지금껏 지어왔던 토종씨앗 농사로 씨를 받고, 다시 농사짓는 활동의 지원으로 우리 여성농민이 해온 전통적 생태농업을 복원하는 것입니다.” 토종종자와 전통적 농법으로 짓는 텃밭농사는 땅심을 살리는 지름길이자 정도다. 아직 경제적 효과는 미미할지 몰라도 여성농민들이 활력을 갖게 되고, 소비자와의 공동운명체라는 책임의식을 가진다는 자체가 우리 농업을 살리는 길이다. “언니네 텃밭 제철 꾸러미 사업은 이제 첫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앞으로 이 사업이 활발해지면 여성농민들의 역할도 늘어나겠지요. 지금은 소비자 여러분께 건강한 밥상을 꾸려드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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