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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북한 정권이 두만강과 압록강 경계선에서 탈북민을 재판도 없이 총살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다. 또 작년 말에는 북한군이 양강도 혜산에서 압록강 을 건너던 남성 3명에게 무차별 총격을 퍼부어 사살했다는 소식도 있다.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다. 외국인들이 지켜보고 있는 국경 지역에서조차 그러하거늘 철의 장막 내부에서는 얼마만큼 인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는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더구나 김정은 정권이 들어 선 후 탈북을 막기 위한 감시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시대와 국가를 떠나서 인류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잔혹한 일들이 지금 북한 땅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남북 분단 이후 안보나 북한의 체제 비판에만 심혈을 기울였지 인권 문제는 관심 밖이었다. 일부 사회단체에서 북한의 인권을 이야기했지만 체제 존립이 서로에게 가장 큰 현안이었기에 배부른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또 자칫 잘못 이야기하면 맹목적인 반공 세력이나 종북 세력으로 매도되며 돌 맞기 좋은 사안이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갈등은 골이 깊다. 보수 세력은 북한인권법을 만들어 북한을 제재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 각국이 반인륜적 행태에 대해 비판하고 제재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데, 이해 당사국인 우리나라가 그 사실을 묵시하고 있다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진보 세력은 북한의 인권 탄압을 북한 내부의 문제로 보고 우리가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도 미국이나 일본의 의회에서 통과된 북한인권법을 내정 간섭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는 터라, 그러지 않아도 불안한 남북 관계에 북한인권법을 만들어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논조다. 그러나 이들 단체들이 북한의 인권에 대해 얼마만큼의 정보를 가지고 나름의 주장을 내세우는지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른다.
우선, 작금의 북한 인권 탄압 상황이 북한 체제의 비민주주의 성격 때문이라는 것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북한 정권이나 북한의 최근 행태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북한이 호전적이고 폐쇄적인 국가라는 것은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다. 인민들의 최소한의 생존권인 의식주 하나 해결해 주지 못하는 집단이 지배하는 나라를 어찌 국가라고 할 수 있으며, 폐쇄된 공간 속에 인민들을 가두고 그들만의 의식을 강요하는 사육(飼育)식 정치 행태를 보면, 김정은 정권은 정권이라기보다는 패거리 집단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김일성 사후 식량 배급이 끊기고, 각자 알아서 의식주를 해결하라는 식의 경제 붕괴는 사회주의 체제의 존재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인민들의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북한 정권은 존립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북한 땅에서 가혹한 인권 탄압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면서도 우리는 짐작만 할 뿐 그 내용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북한의 인권에 대해 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탈북민의 지역 분포와 출신 성분의 다양성이 부족하여 객관적인 통계를 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수박 겉핥기식인지는 모르지만 필자가 평소 탈북민들과의 접촉에서 느꼈던 점과 북한 인권에 대한 생각을 적어 보고자 한다.
1)계층에 따른 인권 침해의 차이
탈북민의 분포도를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급 당 간부나 그 가족으로부터, 북한에서 나름으로 중산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벽지 농어촌 출신의 하층민까지 있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같은 탈북민이라고 하지만 다른 계층민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루어 보건데 주민들의 경제적·사회적 능력에 따라 인권 침해의 의미나 깊이가 다를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 역시 부유층과 일반 서민층의 생활 정도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특정 지역 탈북민들에게 얻은 자료로 북한 전체의 모습이라고 보는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간혹 탈북민의 강의를 듣거나 그들과 대화를 나누어 본 사람들 중에는 탈북민 개인의 가정사를 북한 전체 주민의 모습으로 착각하는 극단적인 사람들도 있다. 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대부분이 탈북민의 67.6%에 해당하는 함경북도 주민들의 정보에 의한 자료이다. 표집 자료를 보고 전체의 상황을 미뤄 짐작할 수 있기에 신빙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고른 표집 추출에 의한 통계가 아니기에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북한은 계층 간의 경제적 격차가 아주 크기 때문에 평양 출신과 벽지 출신 탈북민의 생활수준과 인권 침해 수준은 당연히 다를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차후 정부에서는 탈북민들의 북한에서의 경제적·사회적 능력을 따져, 계층에 따른 인권 상황도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북한 인민들은 인권 침해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나
탈북민의 대부분이 최소 생존권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아 탈북을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인권 탄압’을 피해 탈북을 하는 것이 아니고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탈북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 그러기에 의식주가 해결된다면 탈북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또 하나는 인권 탄압을 못 이긴 인민들이 봉기를 일으켜 북한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있는 일이다. 최근 그리스나 이탈리아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이 정권에 저항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북한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러나 이런 추측 역시 우리가 잘못 짚고 있을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폐쇄된 공간에서 일방적인 이념만을 주입받은 인민들에게는 ‘인권’이라는 개념조차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평상시에 늘 당해오던 일이라서 우리가 봤을 때는 인권 침해지만 그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리고 정권의 특혜를 받은 극소수의 핵심 지지 세력과 엘리트들의 경우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을 인식 못하고 있을 수도 있고, 역설적으로 정보를 많이 아는 그들만 인권침해 상황을 알고 대다수의 인민들은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북한 주민들이 ‘인권’이라는 개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들이 정치적 저항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권 침해 사실을 공유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북한의 깨어있는 의식층이나 인권 탄압에 못이긴 인민들이 봉기를 할 것이라는 예측은 희망사항일 뿐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들에게는 인권 침해가 생활화되어 있어 무감각해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권력의 싸움에서 밀려난 반정권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는 게 현명할 것이다.
3)최소한의 기본생존권 보장을 위한 식량 지원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보면, 북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굶주림(44.7%)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심각하다. 주민 대부분이 아사 직전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북 지원 부문은 미약하다. 그동안 원칙주의에 의한 강경 정책을 펴왔던 정부에서도 최근 통일부 장관의 교체와 더불어 유화 체제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인도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했으나 식량 지원은 제외되어 있다. 인권 차원에서 볼 때 가장 시급한 문제임을 알면서도 지원을 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우리 국민들 10명 가운데 6명이 ‘대북 쌀 지원’을 반대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한 정책이다. 일부 진보 세력들의 경우 당장 굶어 죽어가는 북한 주민을 생각해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무조건 식량 지원을 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식량 지원은 우리가 손수 북한의 선군정치의 통치 자금을 채워 준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이 대북 쌀 지원을 반대하는 것은 자비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북한의 안하무인 식의 태도와, 북한 정권이 당초 약속과 달리 우리가 보낸 쌀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보급하지 않고 지도층과 군부의 배를 불리는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의 인권을 이야기하면서 북한의 굶주림을 모른 체 하기에는 낯 뜨거운 일이고 어불성설이기도 하다. 그리고 주린 배를 안고 굶어 죽어가는 그들은 언젠가는 갈등을 이겨내고 다시 만날 우리의 형제들이다. 아무리 북한 정권이 밉다고 하더라도 형제들이 굶주리고 있는데 모른 척 한다는 것은 몇 번을 생각해도 도리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여론을 우호적으로 바꾸고, 북한 인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인도적인 식량 지원 방법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정부 차원에서 대국적인 대안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최소한의 인권인 북한 인민의 굶주림 문제는 도와주고 난 후에 북한의 인권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