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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 싣는 순서
1. 70년 노하우 바람길로 60만 시민 숨통틔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2. 골칫거리 축산 쓰레기, 이제 노다지를 캔다- 독일 마우엔하임 3. 태양과 바람으로 돈을 부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4. 오토리브, 친환경 교통수단 전기자동차 시대 ‘개막’ -프랑스 파리
# 이 도시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환경
그린시티(Green City)와 태양의 도시(Solar Region). 이 두 가지는 프라이부르크를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이제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을 넘어 ‘세계의 환경수도(Green Capital of the World)’로까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프라이부르크가 ‘환경도시’ 또는 ‘환경수도’로 알려진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다. 태동은 이랬다. 프라이부르크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으로 많이 훼손되었다. 당시 도시의 상당 부분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도시를 재건할 수밖에 없었다. 1974년 접경지대인 이곳을 둘러싸고 약 30㎞ 떨어진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접경지역에 3개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추진됐다. 이를 반대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계기로 녹색당을 비롯해 수많은 민간환경단체가 결성됐다. 이들은 그린피스(Greenpeace) 등 세계적인 환경운동과 독일 환경운동의 모체 역할을 했다. 도시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이 추진되었지만 당시 인근의 포도 재배 농가들이 포도 나무의 생장에 장애 요인이 된다고 판단해 반대하게 되었고 이 움직임은 확산되었다. 이미 환경 의식이 발달했던 시민들이 원전 건설을 반대하고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면서, 시민단체는 자발적으로 대체에너지 개발 운동을 전개했다. 결국 시 당 국은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의 프라이부르크를 만든 것은 시 당국이 아니라 시민들이다. 이런 환경 의식 덕분에 현 프라이부르크의 시장은 녹색당 출신이다. 프라이부르크를 생태 수도로 만든 친환경 에너지 정책은 이 시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다. 특히 프라이부르크 시의 보봉 지구에서는 태양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수급이 거의 전 가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일종의 ‘시범 지역’인 셈이다. 또 프라이부르크 시의회와 협력해 도시를 선진적인 환경정책의 전시장으로 만들면서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사고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프라이부르크가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뒷배경이다. 프라이부르크는 선진적인 환경정책의 철저한 추진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1986년 환경청을 만들어 도시의 환경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했다. 이에 따라 1980년부터 1991년에 이르는 동안 총 630만 마르크를 투자해 2천480만 마르크에 달하는 에너지 절약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 결과 1992년 독일 환경보전협회에서 환경도시로 지정했으며, 자체적으로도 환경도시임을 선언했다.
# ‘바람’을 돌려라… 전기회사에 풍력을 파는 사람들
태양광 주택이 도시를 가득 메우고, 한국의 차두리가 뛰었다는 바테노바 축구장 지붕 위에 설치한 태양광 에너지는 주민이 직접 참여,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나눠 가지는 특이한 형태들. 그리고 개인 투자자들이 앞다퉈 설치한 풍력 발전소의 고즈넉한 풍경은 마치 가상의 미래도시에 온 듯했다.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프라이부르크 혁신 아카데미가 주도한 흑림 최고의 풍력 발전소도 대부분 시민주주회사로 투자된 경우다. 이러한 배경에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연합정부가 국민들 누구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법안 통과에 힘썼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 전체에서 풍력 발전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전력량은 32만밀리볼트(MV)로, 풍력발전에 종사하는 인력만 해도 10만여 명에 달한다. 대부분의 풍력발전기는 본체로 강철을 만들고 공장에서 완제품을 그대로 옮겨와 설치한다. 하지만 흑림은 고지대라 그대로 옮겨올 수가 없어 본체를 콘크리트로 시공했다. 지난 6일 취재진이 방문한 해발 500m 흑림 풍력발전소는 126명의 시민주주들이 합자해 10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 200만 유로(한화 약 30억원)를 투자했는데 이중 1/3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은행융자로 마련했다. 이 발전소에서는 평균 330만㎾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 전력은 1천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 10년간 생산한 누적전력량은 2만8천879㎾에 이른다고 한다. 풍력발전소를 통해 독일 전체에서 필요로 하는 총 전력의 65%를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올 정도로 풍력발전소의 미래투자가치는 엄청나다. 시민주주들이 풍력발전소를 통해 생산한 전기는 전기회사에 판매되고 있다. 2007년의 경우 600만㎾이상의 전력이 생산돼 투자액의 10%를 이미 벌어들였을 정도다. 평균 20년이 되면 투자액의 250~300%를 벌수 있을 것으로 시민 주주들은 내다보고 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내다보고 투자를 하는 독일인의 안목 또한 부러움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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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을 따라 360도 회전하는 주택 헬리오트로프. |
독일을 넘어 세계적 환경수도로… 프라이부르크
# 태양을 따라 360도 회전하는 주택 ‘헬리오트로프’
프라이부르크의 특징이 된 것은 태양에너지다. 프라이부르크는 풍부한 햇빛이 든다는 특성을 이용하여 태양에너지를 잘 발전시켜 왔다. 프라이부르크의 태양광발전장치는 모두 60개소. 최고 출력은 340㎾이며 시민 1인당 태양광 발전장치 시설수가 독일에서 가장 많다. 그리고 이런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프라이부르크의 주택들은 친환경 에너지 자족도시로써 미래형 주거의 대안을 제시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프라이부르크의 대표적인 태양에너지 주거로 태양을 따라 360도 회전하는 주택 ‘헬리오트로프(heliotrope)’가 최대 관건이다. 태양의 도시라는 별칭에 걸맞게 높이 60m의 중앙역 솔라타워가 있다. 집 전체가 거대한 에너지 발전소로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집 ‘헬리오트로프’와 보봉(Vauban)지구의 태양광 발전시스템은 프라이부르크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태양열에너지는 프라이부르크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재생에너지 자원이다. 이곳에서 주택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생산하는 곳이라는 개념이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개인주택들도 시정부의 지원을 받아 태양광 발전장치를 부착,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정책은 그야말로 시와 시민들의 합작품이다. 시는 태양에너지 이용과 자가발전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일반 가정과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이 태양광발전 시설을 갖추면 보조금이나 저리융자가 제공된다. 생산된 에너지 가운데 자체 수요를 채우고 남는 전기는 전력회사에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할 수 있는 제도도 갖췄다. 시민들은 당국의 이런 파격적인 인센티브에 적극 호응하는 분위기다. 에너지저소비형 건물을 짓기 위한 노력도 매우 중시된다. 1992년 프라이부르크 시의회는 공공청사는 물론 시정부가 임대하거나 매각하는 토지에 짓는 모든 건축물에 대해 단열재를 확충하고 태양광을 활용하는 에너지 저소비형 설계를 의무화했다. 이렇게 하면 초기 건축비용은 증가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저소비를 통해 프라이부르크의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프라이부르크에는 관련 국제기구와 연구소 및 기업들이 몰려오고 있다. 100여 개국 5천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국제태양에너지협회가 1995년 미국의 피닉스에서 이곳으로 이전했다. 유럽 재생에너지 관련 대표기구인 ‘유로솔라’와 세계최고의 신재생 에너지 연구기관인 ‘프라우엔 호퍼’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또한 태양에너지 산업관련 벤처사업가, 건축가, 공무원, 전문가가 참여하는 유럽 최대의 박람회가 매년 개최되고 있어 ‘태양관광’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다. 이처럼 태양에너지와 관련한 연구기관, 국제기구, 기업은 물론이고 친환경 도시 정책을 배우기 위한 관광객들이 몰려오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도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만들고 있다. 전 세계 각국에서 프라이부르크의 에너지 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이 도시를 찾았다고 한다. 시는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기업을 육성해서 독일 전역에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제법 큰 건물이다 싶으면 여지없이 태양열을 모으는 집열판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시내에서 조금 높은 언덕에서는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 독일 최초, 시간제 전기요금 도입 쓰레기 소각금지… 신에너지 메카
자연 중심 인간 중심의 프라이부르크의 또 다른 특징은 독일 최초의 시간제 요금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처럼 기본요금제 없이 완전한 종량제로 에너지를 쓰는 만큼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이를 위해 프라이부르크는 모든 가정에 3가지 시간대별로 에너지 소비가 다르게 계산될 수 있는 새로운 전력미터기를 설치했다. 이 정책은 에너지 절약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행정의 수요관리 전력 정책의 기본이다. 그리고 태양열이나 소수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잉여전기를 전력회사에 판매, 많은 사람들이 필요 전기를 스스로 생산하는 것을 장려, 지원하고 있다. 또 시의회는 쓰레기 정책에 있어 소각을 금지하고, 매립하는 환경친화적 쓰레기 관리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시는 학교, 시민과 산업체에 쓰레기 관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재생불가능한 쓰레기들을 모아 조각내고 발효시킨 다음 거름으로 상용하거나 작은 매립지로 가져간다. 이 정책은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뿐 아니라 소각 시 발생하는 다이옥신을 만들지 않아 대기오염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시의 쓰레기 정책과 시민들의 포장 줄이기, 재활용 노력 덕에 1991년 43만여 톤에 이르던 쓰레기량이 1997년 28만여 톤으로 3분의 1이나 준 반면, 자원재활용률은 1990년 19%에서 1997년 55%로 늘어났다.
# 차 없는 보봉마을 Car Sharing 개발과 보존 가치 슬기롭게 조화
프라이브루크시는 자전거 천국이다. 도심내 극심한 혼잡을 겪은 이후 일부 상인들의 반대에도 차량 통행 금지와 보행자전용 공간화를 적극 추진했다. 또 대중교통요금을 대폭 내렸다. 특히 1991년 환경보호카드, 즉 지역승차권 제도(반경 50㎞ 지역을 엮는 연장 2천600㎞의 전차와 기차, 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카드)를 도입하는데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시민들의 가장 주요 교통 수단은 자전거로 30%까지 비중이 올랐다. 또 에너지 자립마을 보봉의 경우 1천여 주민이 차량 350대 주차를 엄격히 제한하는 자체 노력과 함께 카 셰어링(Car Sharing)을 한다. 말 그대로 차를 같이 사용한다는 뜻이다. 오전 시간에만 차가 다닐 수 있도록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규제한 후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다. 보봉지구를 걷다 보면 ‘Car Sharing’이라고 적힌 스터커가 붙어 있는 차량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여유로운 그 모습에 부러움마저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외에도 발전소, 공장 및 자동차의 필터나 촉매장치 설치 의무화, 무납휘발유를 통한 환경부담 경감, 엄격한 하수처리규정과 하수세법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다양한 시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날 프라이부르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 상반되던 가치로 여겨왔던 ‘개발과 보존’ ‘경제와 생태’를 슬기롭게 조화시킨 데에 기인한다. 프라이부르크 시내에서는 대중교통 이용이나 자전거 타기가 편리한 반면, 도심에 차를 갖고 다니는 게 오히려 불편하게 만든 역발상의 행정이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측면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풍미하는 ‘녹색성장’의 개념과도 잘 연결된다. 이제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의 마인드를 우리의 도시행정에서 살려야 한다. 더 이상 죽음의 에너지인 원전에 매이지 말고 대안에너지, 대안적 사회 시스템 만들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 /독일 프라이부르크= 황수경 기자
“한 걸음을 먼저 떼는 것이 중요하다 ”
신재생에너지 주창자 에르하르트 슐츠 박사
신재생에너지 주창자 에르하르트 슐츠(Mr. Erhard Schulz) 프라이부르크 혁신아카데미(Innovation Academy e.V.) 이사. 그는 독일에서도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1인자이며, 원전반대운동에 평생을 바치고 있다. 그와 일문일답을 가졌다.
Q. 프라이부르크시가 세계적 환경도시로 불리는 배경은.
A. 우리는 원자력 에너지와 관련해 1975년부터 대응을 해왔다. 그해 2월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기념비를 세웠고, 발전소를 지으려던 지역은 현재 엄격한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이후에도 남녀노소나 국적을 가리지 않고 3만여 명이 모여 꾸준히 원자력발전소를 반대해 왔다. 바로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참여하는 프라이부르거 믹스(Freibruger Mix)가 조직되고, 그런 과정을 거쳐 에너지에 대한 혁신적인 정책변화가 시작됐다. 또 원자력발전소 건설반대 문제가 교통과 에너지 등 환경의 전분야로 확산시킨 점, 그리고 이를 통해 삶의 방식을 바꾸는 사회운동으로 확산시킨 점, 아울러 이 과정을 통해 사회적 협력체계를 공고히 한 점은 우리의 자부심이다. 2030년까지 모든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교체할 것이다. 이미 많은 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 중이고 차츰 그 비율을 100%로 만들 것이다.
Q. 인류가 신재생에너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A. 1972년부터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왔다. 끊임없이 상승 중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올라가는만큼 극지방 얼음들이 녹으면서 해수면이 올라간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집중호우나 태풍 피해 등 자연재해다. 지난 1999년 일어난 허리케인의 경우 20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재해인데, 15년 주기로 계속 발생하고 있다. 대기온도가 상승하면서 노인들의 사망률도 올라간다. 한여름철 6~7월에 사망률이 매우 높다. 이 결과를 보면서 우리가 뭔가 해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가?
Q. 경제적인 면에서 신재생에너지가 가지는 효용성은.
A. 풍력발전소만 해도 얼마든지 투자가치가 있다. 프라이안트의 경우 지붕에는 태양광발전시설이, 아래에는 바이오 시설이 갖춰져 있다. 150만KW의 전력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규모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따져도 풍력발전만 해도 얼마든지 투자가치가 있다.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공동주택단지는 리모델링을 통해 유리로 이중 단열처리를 하고 있다. 단열효과를 높이면서 전력소비를 60%대로 낮추고 있다. 지붕에서 생산되는 온수는 난방에 필요한 온수의 25%를 감당해 낼 수 있고, 전력생산의 13%를 감당한다.
Q. 한국에 하고 싶은 말은.
A. 프라이부르크는 정부의 지원없이 주민들이 직접 신재생에너지 마을을 만들어냈다. 자부심이 매우 크다. 한국의 교육수준은 높아 고급 엔지니어들이 많이 있다. 한 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 한 걸음만 먼저 뗀다면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자력의 위해성은 이미 익히 알려져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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