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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주 회장, 황명준 사무국장 인터뷰“산이 거기 있어 오를 뿐”이라 했던 산악인이 있다. 영국 출신으로, 에베레스트에서 실종된 후 75년을 잠들어 있다가 우 히 발견된 조지 말로리. 그의 말처럼 산악인들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산이기에 오르는지도 모르겠다. 풀비오산악회원들은 11월 4일부터 히말라야 트래킹 길에 올랐다. 30년의 역사를 가진 동호회답게 그간 국내 명산은 물론이고, 민족의 영산 백두산과 중국 황산,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금강산까지 두루 다녀왔다. 이번 히말라야는 그 중 제일 먼 거리의 ‘원정’이었다. 18명의 대원들 중 6명이 여자였고 12명이 남자였다는 사실보다 그들 중 최연소자가 40대 중반이라는 것이, 또한 그들 중 최연장자가 60대 중반이라는 것이 더 놀랍다.
“안나푸르나는 모든 산악인들의 꿈 아닙니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박영석 대장이 실종된 코앞까지 갔습니다. 회원들이 협조를 해줬기에 아무런 사고 없이 트래킹을 마칠 수 있었지요.” 이찬주 회장과 황명준 사무국장, 동갑내기 산악인들은 2년 전부터 회원들과 히말라야 트래킹을 준비했다. 전문산악인이 아니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했다. 아무리 평소에 산을 잘 타는, 날다람쥐 같은 산악인이라 해도 베이스캠프까지만 해발고도 4천m가 넘는 히말라야를 오르기란 쉽지 않다. 고소증도 무시할 수 없다.
“푼힐전망대까지 오른 후 마차푸차레를 거쳐 안나푸르나 중간 베이스캠프를 거쳐 오는 여정이었습니다. 올라가는 데만 6일이 걸렸고, 내려오는 데 3일이 걸렸지요. 안전지대를 트래킹했기 때문에 사고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히말라야라면 누구나 떠올리는 만년설이 덮인 봉우리가 아닌, 우리나라의 7월 초와 같은 날씨였다. 불볕더위의 히말라야를 오르느라 낮에는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고, 밤이면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의 추위와 싸워야했다. 회원 18명에 셰르파와 쿡, 키친보이, 포터까지 30여명의 보조자를 포함해 50여명의 대군이 히말라야를 올랐다. 한국으로 치면 산장인 로지에서 잠을 청하며 회원들은 자신과의 싸움을 거듭해야했다. “히말라야에서 한국인 할아버지 산악대를 만났습니다. 얼핏 봐도 80세가 훨씬 넘은 분들이 산을 오르시는데, 우리라고 못할 것이 뭐가 있나 싶더라고요. 하루 7시간을 산을 올랐지만 마냥 행복했습니다. 산이 좋아 오른 것이니 당연한 일이지요.”
그들은 이번 히말라야 트래킹으로 네팔이라는 나라와 문화를 이해하게 됐다. 가난할지는 모르겠지만, 신의 가호 아래서 행복을 찾는 순박하고 순진무구한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그리고 히말라야를 다시 한 번 오르자는 다짐도 했다. “2년쯤 후에는 다시 히말라야를 찾을 생각입니다. 다음 번에는 이번에 갔던 코스 반대편의 무스탕지구를 오를 계획입니다. 그래서 산악인들의 꿈을 또 한 번 실현할 것입니다.” 정회원 56명의, 명실공한 고성군내 최고 산악회인 풀비오산악회는 다음달이면 200차 산행 기념행사를 연다. 날씨 탓으로 산행하지 못한 몇 달을 빼면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매달 산을 올랐다. 그들의 눈빛에는 “산이 거기 있어 올랐다”는 조지 말로리의 강직함과 도전, 탐험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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