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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를 다녀와서

풀비오산악회 이병운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11월 28일
ⓒ 고성신문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한다. 히말라야를 가본 사람과 못 가본 사람. 이 말은 산을 좋아하는 산악인이나 여행을 즐기는 트래커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로망이 아닌가!
히말라야 - 우리가 흔히 세계의 지붕이라 부르고 있는 이 산들은 산스크리스트어로 눈을 뜻하는 ‘히마’와 머무는 곳을 뜻하는 ‘아라야’가 합쳐진 말이다. 히말라야 트래킹의 많은 코스 중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속칭 ABC)는 백미로 꼽힌다. 이 코스는 세계 최고의 여행지로 선정된 바 있다. 풍요의 여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안나푸르나(해발 8천91m)는 히말라야 14개 봉우리 중 10번째의 위용을 자리매김하면서 가장 빼어난 경관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풀비오산악회에서는 200차 안내산행에 즈음하며 이를 기념하고 자축하기 위해 히말라야 ABC를 12박 13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우리 일행 18명은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7시간의 비행 끝에 네팔 수도인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네팔은 히말라야를 가진 영광의 나라이며, 또한 많은 불교문화유산을 가진 나라다.


크기는 한반도의 3분의 2정도이며 인구는 3천만에 약간 못 미친다. 공항에 도착하니 니샨이라는 이름을 가진 순박한 얼굴의 청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의 일정을 책임질 메인 가이드다. 꽃으로 만들어진 목걸이인 ‘카닥’을 모두에게 걸어주면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나마스떼’ 이는 합장하면서 머리를 살짝 숙이는 힌두교식 인사다. 네팔의 첫인상은 우리의 6·70년대를 연상케 한다. 공항에서 본 외국인들도 거의 아웃도어 차림이었으며 비즈니스를 위한 정장차림은 찾아볼 수 없었다.
관광수입으로 유지되고 있는 네팔의 현실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쓰레기와 먼지가 가득한 거리는 청소의 개념 자체가 없어 보였다. 그나마 우리가 묵은 안나푸르나 호텔은 정갈하고 깨끗했다.
다음날 국내선 항공기를 타고 포카라로 가야했는데 기상관계로 비행기가 결항됐다. 그래서 도로사정도 좋지 않아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10시간 이상 달려서야 히말라야 트래킹의 전진기지인 나야풀에 도착했다. 나야풀에는 우리 일정을 도와주고 함께할 스태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조가이드 3명, 짐을 나르는 포터, 식사를 책임질 쿡(cook)과 키친보이 등 30여명이 넘는 인원이었다. 이들과 밤길을 한 시간 이상 걸어 히말라야에서 첫 밤을 맞이할 로지에 도착했다.
로지는 우리의 산장쯤에 해당된다. 방안에는 아무것도 없고 달랑 나무로 만든 침상만이 놓여있었다.
이부자리도 각자 가져온 침낭으로 해결해야 했다. 히말라야에 온 것이 실감났다. 로지에서 이틀 밤을 지낸 후 히말라야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는 푼힐의 일출을 보기위해 새벽길을 나섰다. 잠시 후 모두의 입에서 아, 하는 탄성과 함께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동트지 않은 여명을 받아 빛나는 설산의 자태가 바로 우리 앞에 있지 아니한가! 8천167m의 다울라기리 설봉을 마주한 우리 발아래 짙은 운해가 깔렸다. 그 옆으로 안나푸르나 3봉과 아직 인간의 발걸음을 허락하지 않은 신의 영역 마차푸차레 등이 펼쳐져 있었다.
잠시 후 일출이 눈산의 설사면을 비추었다. 희고 밝게 빛나는 설봉들의 파노라마가 눈앞에 전개되었다. 과연 이곳을 히말라야 최고 전망대라 말한 까닭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쉬움과 탄성을 뒤로하고 최종목적지인 ABC로 향해 걸었다.


히말라야 트래킹의 또 다른 미덕은 두 다리와 두 개의 스틱 외에는 달리 대체할 운송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걷고 또 걷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히말라야 로지에서 ABC로 가는 도중 협곡 사이 양쪽으로 많은 폭포들이 눈과 마음을 즐겁고 시원하게 해주었다.
저 폭포 중 하나만 우리나라에 갖다놓아도 최고의 명소가 될 것이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다.
저 멀리 안나푸르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드디어 4천130m ABC에 도착했다. 꼬박 5일을 걸어온 여정이었다.
안나푸르나의 장엄하고도 황홀한 위용과 마주 했다.



안나푸르나여.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새삼 대자연의 위대함과 그 태고의 신비에 온몸이 저려왔다. 그곳에서 하루 밤을 지냈다. 새벽에 잠이 깨 혼자 밖으로 나왔다. 만월의 빛이 사방이 설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위에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하늘도 산도 대지도 온통 희고 시린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야말로 달빛의 향연이요, 달빛의 파노라마였다.
다음날 안나푸르나의 일출을 보기 위해 모인 우리는 얼마 전 이곳에서 유명을 달리한 고 박영석 대장과 대원들 그리고 이곳에서 산화한 모든 이를 추모하는 묵념을 올렸다. 그들이 내세에서 평안하기를 기원해본다.
이제는 하산이다. 또 다시 사흘을 걸어 산행기점인 나야폴로 모두들 아무 탈 없이 도착했다. 그 동안 일정을 함께한 스태프들과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고 카트만두를 거쳐 고국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제야 많은 이들이 히말라야 트래킹을 종교적인 의미로 쓰이는 순례라고 부르는 까닭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대자연에 대한 경외감 탓이리라.



이것으로 우리의 여정은 모두 끝이 났다.
그러나 나의 꿈길에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여정이 계속되고 있다. 푼힐의 그 빛나는 아름다움. 안나푸르나의 장엄하고도 황홀한 위용. ABC에 쏟아져 내리던 달빛의 광휘…… 나는 훗날 다시 히말라야를 찾아갈 것이 아니라 돌아갈 것이라 다짐해본다. 히말라야여, 언제나 그곳에. 나마스떼.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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