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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뿌리면 천연가습기 역할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재탄생
모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빳빳하게 풀을 먹인 하얀 모시옷을 차려입고 한 에는 합죽선을 든 채, 슬렁슬렁 부채질을 하며 걷는 촌부의 모습. 그런데 이 모시가 그녀의 손에서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꽃으로 재탄생했다. 모시꽃창시자 김정숙씨는 고향 목포를 떠나 회화면 어신리 옛 동창초등학교 교사에 둥지를 틀고, 모시꽃 보급에 나섰다.
“모시는 모시풀 줄기의 껍질로 만든 천연피륙입니다. 전통의 미가 살아있는 작품이지요. 모시를 이용한 작품은 무한대의 변화가 가능합니다.” 그녀의 말처럼, 옹기에 꽂은 모시꽃분 하나만 놓으면 온집안이 화사해진다. 천연염색으로 찾아내는 은은한 색깔과 거친 듯하면서 풍성한 질감은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데 그만이다.
“목포에 있을 때 모시꽃을 시작했습니다. 자연산 마와 모시로 만든 해바라기, 진달래, 수선화, 벚꽃 같은 23종의 모시꽃들을 특허청에 의장등록했지요. 모시꽃은 상품성을 가진 동시에 작품성을 가진, 매력적인 작업이에요. 우연히 시작한 것 치고는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입니다.”
25년쯤 전에 김정숙씨는 친구에게서 장미 한 다발을 선물 받았다. 워낙 꽃을 좋아하는 그녀이기에 고마움에 요리조리 살피다가 문득 장미를 감싼 모시원단에 눈길이 머물렀다. 그래서 그 원단을 뜯어내 접다 보니 생화보다 더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만들어졌다. 순간 그녀는 무릎을 쳤다. 아, 모시꽃을 만들어야겠구나. 그녀의 모시꽃은 그렇게 우연히 탄생했다.
“모시꽃은 먼지가 끼지 않습니다. 관리만 잘한다면 계절에 상관없이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지요. 천연의 소재를 이용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작품의 변신이 무한대라 어떤 공간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뻣뻣한 모시를 가지고 어쩌면 이렇게 섬세한 작업을 할 수가 있을까.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다 굳은살이 박여있다. 그게 그녀의 비결이다. 잎이 많은 해바라기를 완성하고 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20년을 넘긴 경력이면 자만심도 생길만 한데 그녀는 그렇지 않다. 아직도 배워야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시꽃의 창시자이자 대가답지 않은 발언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실패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5분이면 꽃 한 송이가 만들어지지요. 이 꽃들을 모아 칡넝쿨이나 포도나무처럼 흔히 구할 수 있는 나뭇가지에 매달면 향기는 없어도 눈길을 사로잡는 모시꽃 작품이 됩니다.” 지난 27일, 정식으로 개관한 모시꽃체험학교에는 그녀의 모시꽃 작품들은 물론 고성동중학교 학부모들이 피워낸 아름다운 모시꽃이 만개했다. 종류도 다양하다. 꽃분에 심긴 가지에 매달린 꽃뿐만 아니라 부채며, 코르사주, 머리띠, 머리핀 등등 장신구와 생활용품으로도 응용한다. 비록 향은 없어도, 오래된 교사가 환해졌다. 그녀의 모시꽃은 생명은 없다 해도, 물을 뿌려두면 가습기 역할도 하고 은은한 분위기가 집안을 화사하게 한다. “목표랄 것이 있겠습니까. 다만, 고성군민들께 모시꽃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손끝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으로 고성군내 어린이들에게 교육적 효과를 심어주는 것, 그것이 제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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