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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성은 축제장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들떠 있다고 할까 어수선하다고 할까.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사흘 동안 고성읍 일원에서 열리는 제35회 소가야문화제 및 제42회 군민체육대회로 고성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농민들은 바쁜 농사일을 제쳐두고 나섰고, 학생들은 화려한 분장을 하고 가장행렬에 참가한다. 여기저기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과 행사 진행을 위해 바쁘게 좇아다니는 행사 관계자들을 보면 모처럼 지역에 활기가 도는 듯하다. 모두가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의 한마당이 시작된 것이다.
‘소가야문화제’는 전통을 배경으로 하는 지역의 축제다. 1959년 ‘광복예술제’라는 이름으로 시작해서 1989년부터 명칭을 바꾸어 매년 10월에 열리고 있다. 도중에 특별한 사정으로 몇 번 개최를 못한 일은 있지만 35회나 지속적으로 축제를 이어가는 것은 지역 축제로 완전히 자리매김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행되는 축제의 모습을 보면 52년의 역사를 가진 축제의 모습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참 많다. 이에 두서없는 말로써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지난해까지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식전 행사를 보면 참 딱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행사가 벌어지는 공설운동장 메인스타디움에는 가장행렬을 마친 학생들과 지역민을 제외하면 자발적으로 찾아온 일반인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지역 행사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도가 이렇게 낮은가 싶어 괜히 타 지역 사람들에게 부끄럽기도 했다. 그나마 멀리서 오신 귀빈들과 지역 유지들이 스타디움 스탠드 자리를 채워주어 다행이건만 그것도 그렇다. 식전행사 시간 반 이상을 귀빈들 소개나 인사로 채워진다. 그러다보니 주민 전체의 축제라기보다는 일부 귀빈들의 행사라고 하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예전(禮典) 문제도 있지만 뜨거운 햇볕 아래서 지켜보는 일반 주민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일이다. 매년 지적된 일인 만큼 올해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식전 행사가 끝나면 본격적인 축제와 체육대회가 시작된다. 초청가수의 축하공연, 불꽃놀이, 읍면 대항 체육행사, 백일장과 시조 경창대회, 노래자랑 등의 각종 경연대회를 비롯해서 평소 때는 보기 힘든 다양한 전시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주는 풍성함을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점이 드러난다. 일부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빼고는 대부분의 행사장에 축제를 즐기는 구경꾼이 없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손꼽을 수 있는 것은 주민들이 행사에 불참할 수밖에 없는 시기적 환경 때문이다. 매년 행사가 끝나면 지적되는 것이지만 농민들로 봐서는 10월초는 한창 바쁜 농번기이기도 하고, 청소년들은 학교 시험을 앞둔 시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좋은 놀이판을 차려뒀는데 왜 참여를 하지 않느냐고 나무라기 전에 먼저 주민들의 입장을 얼마나 고려했는지 반성해야 할 일이다.
내년에는 축제시기를 다시 한 번 고려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꼭 이 때쯤 해야 한다면 행사가 끝난 후 농민들의 일손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하고, 교육당국과 협의하여 시험 기간 변경과 단축 수업 등으로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축제장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또 프로그램의 주제 및 차별성과 독창성이 미흡하여 고유한 정체성을 확보한 프로그램이 드물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매년 같은 주제로 되풀이 되어 참신성이 떨어진다. 프로그램 내용이 타 지역 축제에서도 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 반드시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가야로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와 전통’이라는 주제에 맞는 프로그램, 그리고 고성 특유의 자산인 ‘공룡’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약 사업인 ‘교육’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타 지역 축제와 차별화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행사가 끝난 후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매년 행사 후에 평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악습이 고쳐지지 않음은 평가 방법의 잘못과 의지의 부족 때문이다. 우선 평가에 있어 한 시각에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나 프로그램 주최 측에서 하는 일방적인 평가가 아닌, 축제에 참여하고 영향을 미치는 모든 주·객체의 입장을 고려한 평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더 살펴 내년의 행사는 올해의 부족함이 보완된 행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올바른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관행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경우 그 이유를 주민들이 알 수 있게 공지를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몇 년 전에 학생들과 일본의 ‘마쯔리(まつり)’라는 축제에 참가한 적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최하는 것이기에 우리의 지역 축제와 규모라든지 프로그램이 닮은 점이 많다. 그러나 우리처럼 가수를 초청하거나 화려한 불꽃놀이를 벌이는 대규모 이벤트 프로그램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흘간의 축제 기간 동안 전 주민이 하나가 되어 축제를 즐기는 것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축제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광고를 해야만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 지역유지나 유명인사들이 얼굴을 내밀기 위한 행사, 주민들의 어려움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일정은 진정한 축제가 아니다. 축제는 주민 모두가 하나가 되기를 기원하며,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과 참여하는 과정에서 서로 고생과 즐거움을 나누는 ‘대동제’이며 ‘잔치’이지, 지역의 이름을 널리 알리거나 지방자치단체장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행사는 아니다. 스스로 찾아오는 행사,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축제인 것이다. 그렇다. 축제는 즐기는 것이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도 규모가 작아도 참여하는 축제, 동원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모이고, 먼 곳에서도 소문을 듣고 스스로 찾아오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이번 축제의 알찬 평가와 보완으로 내년에 열리는 ‘고성공룡 세계엑스포’는 세계인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전정한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