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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래 시인이 들려주는 디카시 220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9년 04월 12일
ⓒ 고성신문
피다 
이시향(시인)

일하다 손가락이
잘려 나갔다고
꿈이 사라지는 것 아니 듯
나를 자른다고
봄꽃 못 피우겠는가!


빛과 어둠 속에 피는 꽃
이 디카시를 읽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문득 나의 손가락을 확인해보고 죄책감이 들어서 사람과 목련에게도 미안해진다.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소중한 신체의 일부분이 잘려나가는데 하얀 꽃이며 편지며 피리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지금까지 불러오던 ‘사월의 노래’를 이 순간엔 차마 부를 수가 없다.
“올해 어린이날은 아내와 아들과 어린이 대공원이라도 가야겠다던 노동현장의 동료. 손을 소주에 씻어들고 양지바른 공장 담벼락 밑에 묻는다. 노동자의 피땀과 누런 착취의 손들과 놀고먹는 하얀 손들을 묻는다. 프레스로 싹둑싹둑 짤라 원한의 눈물로 묻는다.” 박노해 시인은 <노동의 새벽>이란 시집에서 ‘손무덤’ 시를 통하여 이렇게 써내려갔다.
어느 포구의 선착장 나무다리의 참나무를 보며 놀란 적이 있다. 가지가 잘려 토르소(torso)처럼 보이던 그것은 삼투압이니 해수염분 농도를 모두 초월하여 밀물 썰물 오가는 바다에 푸른 싹을 틔웠다. 이 작품 속의 잘려나간 나무는 하얀 목련꽃을 피웠다. ‘피다’는 꽃을 피우다와 피(혈액, 血液)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가슴 찡한 디카시 한 편을 이 봄에 다시 읽는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9년 0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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