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형(디카시마니아)
세월아,
등 떠밀지 마라
갈 길 얼마나 남았다고
마음이 밀접한 거리
우리는 하루하루 저 먼 길을 떠돌고 있다.
비켜날 수 없는 저 외길을 때로는 힘들다고 외치면서 한편으론 시계추를 붙들고 싶을 만큼 행복한 나날들을 아쉬워하며 살아간다.. 어느덧 이마 가득 주름살을 얹고 “벌써” 라는 중년의 이름표를 붙인 우리들. 최일형 <급할 것 없다>디카시를 들여다보면 브레이크 없는 질주의 차를 타고 신호등도 무시한 채 페달만 밟고 있는 우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위한 진정한 시간과 그간 나를 위해 무엇을 했을까 하는 반문을 가져보면 누구의 이름으로 살아온 시간이 더 많았던 지난날이 아니던가? 돌아보니 흰머리가 희끗희끗, 휘어진 등을 하고 ‘등 떠밀지마라 갈 길 얼마나 남았다고’ 희미한 저 음성으로 자전거 페달을 젓고 있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반전의 모습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할아버지들의 뒷모습에서 아직도 목표를 향해서 가고 있는 젊은 청년의 기개가 느껴진다. 네덜란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는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여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생각이 곧 형식의 틀을 지나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직 오지 않는 내일 걱정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을 위해 저 페달이 힘차게 돌아가는 것처럼 세월을 호통치는 목소리로 “등 떠밀지 마라” 갈 때 되면 갈 터이니 하는 의지의 배짱이 보인다. 들녘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여유로움까지 아직은 청춘이라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보이는 뒷모습이 아름답게 찍힌다. |